우울증과 조울증을 겪는 사람을 돕다 지쳐버리는 보호자와 가족을 위한 글입니다. 도와주는 사람이 먼저 소진되는 이유와 그 마음이 정상인 이유를 임상 관점에서 설명합니다. 우울증, 조울증 당사자에게 다가가는 법 8편
8편, 도와주다 지쳐버리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
우울증이나 조울증을 겪는 사람 곁에는
대개 한 명 이상의 ‘버텨온 사람’이 있습니다.
처음엔 다짐합니다.
“이번엔 내가 잘 도와줘야지.”
“내가 옆에 있으면 조금은 나아지겠지.”
그 마음은 진짜입니다.
그리고 그 진짜 마음 때문에
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소진됩니다.
도와주는 사람은
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.
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.
“환자인 그 사람보다
제가 더 예민해진 것 같아요.”
“이제는 전화벨만 울려도 심장이 먼저 반응해요.”
이건 약함이 아닙니다.
지속적인 긴장 상태에 놓였던 정상적인 결과입니다.
우울증을 돕는 과정은
기다림의 연속입니다.
반응이 없고, 변화가 느리고,
내 말이 닿았는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.
조울증을 돕는 과정은
경계의 연속입니다.
지금이 괜찮은 건지,
아니면 위험 신호의 시작인지
늘 판단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.
이 두 상황 모두
돕는 사람의 마음을 빠르게 닳게 만듭니다.
많은 보호자와 가족들이
이런 질문을 마음속에 품습니다.
“내가 너무 냉정해진 걸까?”
“이제는 예전처럼 걱정이 안 돼.”
“솔직히… 좀 떨어지고 싶다.”
이 생각들은 죄가 아닙니다.
이미 충분히 애썼다는 증거에 가깝습니다.
정신과 임상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.
누군가를 오래 돕기 위해서는
그 사람의 병만큼
돕는 사람의 한계도 존중받아야 합니다.
모든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.
항상 같은 속도로 공감하지 않아도 됩니다.
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 해서
당신이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닙니다.
가장 위험한 상태는
환자가 아니라
돕는 사람이 자기 감정을 지워버릴 때입니다.
“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.”
“이 정도로 힘들어하면 제가 이기적인 거잖아요.”
아닙니다.
그 순간부터 관계는 치료가 아니라
소모가 되기 시작합니다.
돕는다는 건
모든 걸 대신 짊어지는 게 아닙니다.
당신의 삶을 유지하면서
가능한 만큼만 옆에 있는 것,
그것이 가장 오래 갈 수 있는 방식입니다.
그리고 때로는
“이건 내가 감당할 범위를 넘었어”라고
인정하는 것도
책임 있는 선택입니다.
이 글을 읽으며
조금 숨이 막혔다면
당신은 이미 너무 오래
혼자 버텨온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.
다음 편에서는
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룰 겁니다.
“그럼, 어디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선일까?”
👉 9편. 도와주는 사람의 경계선은 어디까지여야 할까
👉 "우울증, 조울증 당사자에게 다가가는 법 9편) 보호자가 지켜야 할 경계의 기준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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